공기소총 金 반효진 '父' 반재호씨 "결국 해낼 줄 알았습니다"
부친 반재호씨, 사무실에서 결승전 지켜보며 반효진 선수 응원
딸아이 '사격선수' 꿈 지지…믿음 보답하듯 국가대표 타이틀 거머져
"효진이가 금메달을 목에 걸었을 때 하늘을 나는 기분이었습니다. 우리 딸이 결국 해낼 줄 알았습니다."
2024 파리 올림픽 여자 사격 공기소총 10m 개인전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반효진(16) 선수의 부친인 반재호(56)씨에게 반 선수는 귀여운 막내딸인 동시에 인생의 동반자이자, 이 세상의 전부다.
31일 영남일보와의 인터뷰 내내 반씨는 하계올림픽 최연소 금메달리스트이자 하계올림픽 대한민국 100번째 금메달의 주인공이 된 반효진 선수의 우승이 확정되는 순간을 떠올리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는 "지난 29일 오후 카센터 사무실에서 지인들과 둘러앉아 효진이의 결승전 경기를 지켜보며 마음을 졸였다. 지난 독일 뮌헨 사격 월드컵 결승전에선 중국 선수에게 밀려 은메달을 땄는데, 올림픽 결승전에서 또다시 같은 선수와 격돌하게 돼 이번에는 기필코 효진이가 승리할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했다"며 "저번 뮌헨 결승전에서도 0.1점 차였는데, 이번 올림픽에서도 0.1점 차로 승부가 갈렸다. 동점이 돼 슛오프로 넘어갔을 당시를 떠올리면 아직도 가슴이 떨린다"고 회상했다.
반효진 선수는 동원중학교 1학년 때까지 취미생활로 태권도를 배우다가 같은 학교 친구의 권유로 사격선수에 입문했다. 반씨는 생각지도 못한 딸의 결정에 흠칫 놀랐지만, 평소 똑 부러진 성격에 운동 신경마저 뛰어났던 터라 '열심히 해 보라'고 말을 건네며 격려의 박수를 보냈다.
그는 "효진이는 지금까지 말썽 한 번 피운 적이 없었다. 공부도 잘하고 남다른 카리스마를 뽐내며 멘탈까지 강한 아이라 뭐든지 잘 해낼 것이라는 믿음에 운동선수의 길을 응원했다"며 "중학생 시절 사격부 감독으로부터 '사격 재능이 매우 뛰어나다'는 소리를 자주 들었는데, 결국 대구체고로 진학해 청소년 대표는 물론 국가대표로 태극마크를 달고 그동안 흘렸던 땀과 눈물을 실력으로 스스로 증명했다"고 전했다.
반씨가 떠올린 딸과의 추억은 각별했다. 반효진 선수가 5살 무렵 가족들과 태국 방콕으로 휴가를 떠났을 당시 아빠에게 웃음꽃을 피우며 뒤꽁무니를 졸졸 따라다닌 게 엊그제인데, '작은 소녀'가 어느새 '강철 소녀'로 자라나 이제는 반씨의 주름진 얼굴을 어루만지며 미소를 건네는 '효녀 효진이'로 성장한 것이다.
그는 "효진이가 사격을 시작한 지 이제 겨우 3년째다. 고사리 같았던 딸아이의 손가락이 어느새 커다란 총구를 겨눌 정도로 큰 걸 보면 세월이 많이 흘렀다는 걸 느낀다"며 "이번 올림픽 출전에 앞서 창원에서 열린 국가대표 선발전 여자 공기소총 부문에서 효진이가 종합 1위로 올림픽 티켓을 따낸 뒤 온 가족이 모여 '생선구이'를 먹은 게 가족 행사의 마지막이었다. 효진이가 폐회식에 앞서 오는 7일 미리 귀국할 수 있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먹고 싶은 음식을 모두 다 사주고 싶다"며 웃음을 보였다.
이동현기자 leedh@yeongna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