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연소 금메달 반효진 父 "효진이는 한다면 하는 아이, 두말없이 격려했다"
최연소 금메달리스트 반효진 후원자 2인
아버지 반재호씨, 도미경 대구체고 감독
반씨 "딸은 한다면 하는 성격"
도 감독 "흔들리지 않는 정신력"
역대 하계 올림픽 최연소 금메달 주인공인 반효진(16·대구체고)이 공기소총 10m 결승전에서 연장 슛오프를 하던 지난 29일 아버지 반재호(56)씨는 대구 달서구 자신의 카센터에서 친구 6명과 TV로 딸의 얼굴을 뚫어지게 지켜보고 있었다. 동점을 허용했을 때 터져 나온 탄식은 이내 0.1점 차 금메달의 환호성으로 바뀌었다. 카센터는 축제의 도가니가 됐다. 금메달 획득 다음 날인 30일 반씨의 카센터에는 친구와 지인들이 보낸 축하화환과 꽃바구니가 가득했다. 반씨가 더 기뻤던 점은 황위팅(중국)과의 마지막 승부에서 이겼기 때문. 반효진은 지난달 열린 독일 뮌헨 사격 월드컵에서 내내 선두를 유지하다 최종 252.6점으로, 252.7점을 획득한 황위팅에게 0.1점 차로 금메달을 내줬다. 30일 한국일보와 만난 반씨는 "앞으로 딸이 또래(17세)인 황위팅과 좋은 맞수로 선의의 경쟁을 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대표팀의 막내이자 반씨의 두 딸 중 막내이기도 한 반효진은 초등학교 1학년 때 태권도를 시작했다. 태권도장에서 살다시피 하던 딸은 태권도를 같이 하던 친구의 권유로 중학교 2학년(대구 동원중) 사격소녀로 변신했다. 이 학교 사격부에는 공기소총 한 종목만 있었다. 딸은 갑자기 반씨에게 "나 이제 사격할래"라고 했다. '7년 태권도 경력'에 대한 아쉬움을 느낄 법도 했지만 딸의 가장 든든한 후원자는 아빠였다. 반씨는 "응, 열심히 해"라는 말 한마디로 딸의 결정을 지지해 줬다. 반씨는 "딸이 한다면 하는 성격이라 두말없이 '열심히 해보라'고 격려했다"고 돌아봤다.
지난해 대구체고에 입학해서 기숙사 생활을 하고 있는 반효진은 방학 때도 며칠만 집에 머물다 학교로 돌아가 사격 훈련을 했다. 반씨의 일과는 카센터와 딸의 주말 등하교 통학, 올림픽 선수촌과 경기장으로 태워주는 일. 반씨는 평소에도 자신의 일을 똑소리 나게 잘하는 딸에게는 묘하게 카리스마가 느껴진다고 했다. 반씨는 "사격 시작한 지 3년도 되지 않은 지난 3월에 일주일 정도 경남 창원에서 파리 올림픽 국가대표 선발전에 출전해 태극마크를 달 정도로 효진이는 알아서 잘 하는 아이"라며 "파리에서 돌아오면 효진이가 좋아하는 마라탕을 같이 먹겠다"고 말했다.
도미경(52) 대구체고 사격 감독도 오늘의 반효진의 성공을 이끌어 준 든든한 후원자다. 도 감독이 말하는 반효진은 '강심장 중의 강심장'이다. 한두 발 실수해도 전혀 흔들리지 않는 정신력을 갖추고 있다는 것. 반효진은 목표가 뚜렷하고, 조준선 정열이나 영점 조정 등 뜻대로 잘 되지 않는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코치에게 질문을 그치지 않을 정도로 집요하다고 한다. 도 감독은 "효진이는 자신감도 있으면서 늘 자기발전을 위해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는 선수"라고 말했다. 효진이가 부쩍 성장한 계기는 올림픽 국가대표 선발전이었다는 것이 도 감독의 생각이다. 그는 "효진이가 지난해 전국체전에서는 크게 좋은 성적을 내지 못했는데 올해 국가대표 선발전에서는 실업팀, 대학팀 선수들을 모두 제치고 1위를 하면서 자신감을 크게 얻었다"며 "황위팅 선수에게 0.1점 차 역전 드라마를 펼쳐 너무 기쁘다"고 말했다.
이날 대구시는 유튜브 채널인 대구TV를 통해 대구 출신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의 탄생을 축하했다. '사격 명문고'로 뜬 대구체고도 반효진의 금메달을 축하하는 플래카드를 내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