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떠났습니다" 운전대 놓은 기사 4500명...전국서 구인난
부산시와 지역 버스운송사업조합은 지난 16일 부산시청에서 버스 기사 채용 설명회를 열었다. 버스 기사를 하려는 사람이 워낙 적다 보니 공개 구인에 나선 것이다. 부산시 차원의 버스 기사 채용 설명회는 처음이라고 한다. 그동안 부산 일대에서 매년 1000명가량 버스 기사를 선발하는 데 문제가 없었다. 과거 버스 기사는 ‘괜찮은 일자리’로 꼽혔기 때문이다.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5년 차 정도 되면 월 400만~500만원가량 급여를 받을 수 있고 비교적 안정적 일자리로 인식됐다. 부산의 한 버스 업체 관계자는 “요즘에는 버스 기사 지원자 수가 채용 인원의 2배수도 안 돼 적합한 사람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했다.
이 같은 버스 기사 감소는 부산만의 문제가 아니다. 27일 전국버스운송사업조합연합회에 따르면 전국 버스 운전자 수는 2019년 8만9980명에서 지난해 8만5417명으로 줄었다. 4년 새 4500명 넘게 줄어든 것이다. 버스는 노선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기사 수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게 필수다. 한 업계 관계자는 “버스 기사가 매년 1000명 이상씩 줄어드는 건 이미 ‘경고등’이 들어온 걸로 봐야 한다”고 했다. 하루 2교대가 가능하려면 버스 수(지난해 4만4284대)에 비해 기사 수가 최소 2배는 있어야 하지만 이조차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버스 기사가 줄어드는 건 일의 강도는 높아지고 수입은 기대에 못 미치기 때문이다. 버스 기사들은 2018년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근로 시간이 단축되며 수입이 줄기 시작했다. 이전엔 연장 근로로 인한 초과 수당이 수입에 큰 부분을 차지했는데 대폭 삭감이 불가피해졌다. 여기에 2020년부터 본격화된 코로나 사태로 승객이 줄어들며 직격탄을 맞았다. 물가는 큰 폭으로 오르는데 임금 동결이 이어졌다. 일부 노선은 중단됐다. 일부 기사는 생활고를 호소하며 배달업 등으로 빠져나갔다.
악화하는 근무 여건 역시 버스 기사들을 떠나게 하고 있다. 경기도를 비롯한 지역에선 부족한 버스 기사 인력 등을 이유로 아직도 격일제 근무를 하는 경우가 많다. 온종일 일하고 다음 날 쉬는 방식인데, 들쭉날쭉한 근무 탓에 근무하는 날은 잠을 3~4시간 자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한 버스 기사는 “운행 속도와 같은 운전 성향과 응대가 불친절하지 않은지 등 승객들의 요구도 민원도 많다”며 “승객 안전사고에도 항상 신경 써야 해 시내버스나 마을버스를 꺼리는 기사가 많다”고 했다.
업체들 역시 이익 감소로 고심하고 있다. 시내버스는 손실을 지자체가 보전해주는 ‘준공영제’로 운영돼 그나마 상황이 낫지만, 시외·고속버스나 마을버스는 적자를 피할 길이 없다. 버스운송사업조합연합회에 따르면 2020~2022년 시외·고속버스 업체 77곳이 입은 영업손실은 5302억원에 달한다. 기사 수가 줄면 버스가 운행을 제대로 할 수 없고, 수익이 줄어 노선이 사라지는 악순환이 이어진다. 특히 지방에서는 기사를 못 구해 정년이 지난 이를 재고용하거나, 업체 사장이 운전대를 잡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최근 운행하고 있는 ‘승합차 마을버스’는 버스 업계가 처한 재정적 어려움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서울 중랑구 중화동~동대문구 이문동 운행 노선에는 올 초부터 현대차가 만든 ‘스타리아’ 버스가 다니기 시작했다. 이 버스에는 하차 벨이 없어 운전 기사에게 직접 하차 지점을 말해야 한다. 안내 방송도 없다. 서울 성북구 정릉동에도 스타렉스 버스가 다닌다. 노후 버스를 교체하는 시기에 비용을 줄이기 위해 비교적 싼 차량을 선택한 것이다. 그나마 상황이 낫다는 서울 지역 마을버스 업체들도 지난해 기준 697억원 적자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