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하고 재미는 덜하지만…마을서 미래 그리는 청년들
[새해 기획] 사람과 사람 잇는 대구 안심마을 ④
안심마을의 단체와 매장에서 일하는 비장애 청년들이 ‘대구 동구 에프엠 공동체 라디오’(와글 사회적협동조합)에 모여 앉았다. 청년들 생각을 알고 싶은 1세대가 카메라만 켜두고 빠진 ‘뒷담화’ 자리였다. 누군가 한마디 할 때마다 다들 까르르 웃음을 터뜨리며 맞장구를 쳤다. 이들의 공감대는 세대의 보편성과 안심마을의 특수성 사이 어디쯤 위치한 듯 보였다.
“여기 소개해준 친구가 ‘마을’이라고 하기에 전원주택 단지에 마을센터 같은 게 있나 보다 했는데, 와보니 그냥 도심지야. 어디부터 어디까지 마을이라고 얘기하는지도 모르겠고. 알고 봤더니 개념적인 마을이었던 거야.”
“우리는 일터로 와서 일로 사람들을 만나니까, 뭔가 가까이 다가가기에는 좀 불편함도 있고….”
“기관들이 다 연계돼 있고 일도 그런 식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으니까, 한곳에서 일하지만 여러 군데에 다 직장 상사가 있는 느낌이 들 때도 있어.”
피 끓는 청춘들은 안심마을에서 온전히 재미를 충족하지 못하는 듯했다.
“이사님이 ‘여기 살고 싶냐’고 묻기에 ‘아니요, 서울 가고 싶은데요’라고 했거든. 돌아다녀 보면 할머니 할아버지들밖에 없고, 또래들도 별로 없고, 그리고 뭐 할 것도 사실 없잖아. 해봤자, 시내 나가는 거….”
그럼에도 이들은 안심마을에 실루엣 같은 자신의 미래를 투사했다.
“나도 나중에 여기에 살면서 아기들을 맡기고 싶어. 지금은 청년이니까 우리끼리 이 마을에서 이렇게 저렇게 놀다 보면 또 뭔가 (우리만의 것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어른들도 자신들 필요에 따라서 만든 것처럼.”
“10년쯤 뒤에는 우리가 다시 이러고 앉아서 ‘우리가 10년 전에 그러고 있었는데…’ 하며 얘기할 수도 있어. 그러니까 지금 이 자리가 (훗날) 우리만의 ‘땅과 사람 이야기’(안심협동조합 로컬푸드 매장)가 될 수도 있는 거지.”
안심마을이라는 합수머리에서 세대의 두 강줄기가 만나 어디론가 흘러가고 있는 게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