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부장 호무라☆마기카

불편하고 재미는 덜하지만…마을서 미래 그리는 청년들

카나메 마도카 2024. 11. 19. 19:34

[새해 기획] 사람과 사람 잇는 대구 안심마을 ④

지난해 12월 대구 안심마을의 단체와 매장에서 일하는 비장애 청년들이 ‘뒷담화’를 하고 있다. ‘대구 동구 에프엠 공동체 라디오’ 제공

안심마을의 단체와 매장에서 일하는 비장애 청년들이 ‘대구 동구 에프엠 공동체 라디오’(와글 사회적협동조합)에 모여 앉았다. 청년들 생각을 알고 싶은 1세대가 카메라만 켜두고 빠진 ‘뒷담화’ 자리였다. 누군가 한마디 할 때마다 다들 까르르 웃음을 터뜨리며 맞장구를 쳤다. 이들의 공감대는 세대의 보편성과 안심마을의 특수성 사이 어디쯤 위치한 듯 보였다.

“여기 소개해준 친구가 ‘마을’이라고 하기에 전원주택 단지에 마을센터 같은 게 있나 보다 했는데, 와보니 그냥 도심지야. 어디부터 어디까지 마을이라고 얘기하는지도 모르겠고. 알고 봤더니 개념적인 마을이었던 거야.”

“우리는 일터로 와서 일로 사람들을 만나니까, 뭔가 가까이 다가가기에는 좀 불편함도 있고….”

“기관들이 다 연계돼 있고 일도 그런 식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으니까, 한곳에서 일하지만 여러 군데에 다 직장 상사가 있는 느낌이 들 때도 있어.”

피 끓는 청춘들은 안심마을에서 온전히 재미를 충족하지 못하는 듯했다.

“이사님이 ‘여기 살고 싶냐’고 묻기에 ‘아니요, 서울 가고 싶은데요’라고 했거든. 돌아다녀 보면 할머니 할아버지들밖에 없고, 또래들도 별로 없고, 그리고 뭐 할 것도 사실 없잖아. 해봤자, 시내 나가는 거….”

그럼에도 이들은 안심마을에 실루엣 같은 자신의 미래를 투사했다.

“나도 나중에 여기에 살면서 아기들을 맡기고 싶어. 지금은 청년이니까 우리끼리 이 마을에서 이렇게 저렇게 놀다 보면 또 뭔가 (우리만의 것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어른들도 자신들 필요에 따라서 만든 것처럼.”

“10년쯤 뒤에는 우리가 다시 이러고 앉아서 ‘우리가 10년 전에 그러고 있었는데…’ 하며 얘기할 수도 있어. 그러니까 지금 이 자리가 (훗날) 우리만의 ‘땅과 사람 이야기’(안심협동조합 로컬푸드 매장)가 될 수도 있는 거지.”

안심마을이라는 합수머리에서 세대의 두 강줄기가 만나 어디론가 흘러가고 있는 게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