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부장 호무라☆마기카

"주6일 일하고 월급 203만원" 대구 떠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카나메 마도카 2023. 8. 28. 07:19

온라인에 공개된 취준생의 면접후기 화제
회식 자주하는데 "장기자랑 있냐" 질문해

한 대구 취준생이 취업면접 후기를 공개해 화제가 되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개드립

대구의 한 취업준비생이 지역기업의 열악한 근무환경과 임금 수준을 담은 면접 후기를 온라인상에 공개해 적잖은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23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대구 중소기업 세 군데 면접 후기'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을 쓴 A씨는 자신을 방사선사라고 소개했다. A씨는 첫 면접을 본 업체는 주 5일 근무에 월급 203만원을 준다고 했다. 마산·거창 등 다른 지역에 파견을 가야 하는 회사로 근무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이다. 하지만 회사가 말한 근무시간은 파견지에서 근무하는 시간만이다.


A씨는 "매일 야근이 괜찮냐고 물어봐서 '괜찮다'고 답했는데, 야근은 당연히 해야 하고, 야간수당을 따로 안 챙겨주는데 괜찮냐고 물어본 것이었다"며 "회식도 자주 한다며 '술 잘 마시냐', '장기자랑 있냐' 등도 물어봤다"고 했다.

두 번째 회사는 주 6일 근무에 월급 203만원을 제시했다. 회사측은 "쉴 때 공부하든, 집에 가든 신경은 안 쓴다. 마음대로 해도 상관없다. 그러나 이 경우 오후 시간은 급여에서 빠진다"고 했다. 자세히 물어보니 한달에 오후까지 일하는 경우는 2~3일뿐이고, 보통 오전만 일해 실제 받는 월급은 110만원이었다.


세 번째 면접을 본 회사의 조건도 주 6일 근무에 월급 203만원이다. 인수인계하는 4일간 급여를 줄 수 없다는 사족도 달았다.


A씨는 "대구에서 직장을 더 이상 못 구하겠다. 수도권으로 올라가야겠다"며 씁쓸해 했다.


이 글엔 대구 청년의 열악한 근무환경과 낮은 임금, 수도권 쏠림현상까지 고스란히 담겨 있다. 허투로 넘길 사안은 아니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실제 지난달 동북지방통계청이 발표한 '인구이동 현상 및 사유 분석' 자료를 보면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대구를 떠난 인구는 16만2천165명이다.

지난해 한해에만 1만1천519명이 대구를 등졌다. 연령대는 20대가 6천533명으로 가장 많았다. 여자(2천583명)보다 남자(3천950명)이 더 많다. 이들이 대구를 떠나 선택한 곳은 서울(6천304명), 경기(3천389명) 등 수도권이었다.


청년들이 대구를 떠나는 이유는 가장 큰 이유는 직업(1만3천448명) 때문이다. 직업선택 요인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수입도 수도권과 큰 차이를 보였다. 2021년 기준 대구의 근로소득은 3천488만원인 반면, 수도권은 4천749만원이었다.


신형진 경북대 교수(사회학과)는 "청년 유출의 주된 원인은 양질의 일자리가 없기 때문이다. 지자체 차원의 지원은 물론, 정부가 획기적으로 지방에 양질의 일자리를 유치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