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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락부장 사쿠라☆마기카

아빠 힘내세요 게임기가 있잖아요

by 카나메 마도카 2021. 10. 14.

휴대용 게임기, 여성·중장년층 파고들며 인기 끌어
"얘야, 할아버지도 게임 한번 해보자.” 이철환씨(62)는 초등학교 3학년 손자와 게임기를 둘러싸고 쟁탈전을 벌인다. 게임 삼매경에 빠진 이씨는 결국 게임기를 구입하기로 했다. 용산 전자상가에서 게임기를 고르는 그의 눈빛은 어린아이처럼 설렘으로 가득 차 있었다.
패션 디자이너 김아림씨(23)는 최근 남자 친구로부터 게임기를 선물받았다. 그녀는 게임 방식이 단순하지만 지루함이 덜하고, 한번 시작하면 손을 뗄 수가 없을 정도로 재미있다고 자랑을 늘어놓는다. 집에 돌아가면 아버지와 함께 게임을 즐긴다고 한다. 출퇴근 시간 지하철에서는 김씨처럼 휴대용 게임기를 들고 있는 여성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닌텐도, 조작 쉽고 창의적인 게임으로 승부

 

최근 휴대용 게임기가 인기를 끌고 있다. 기존의 시장에서 주 소비자층이었던 젊은 남성층이나 저연령층뿐 아니라, 여성과 중장년층이 게임의 세계로 빠져들고 있다. 용산 전자상가에 있는 ‘아마존씨디’의 강귀성 주임은 “휴대용 게임기의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으며, 과거와는 달리 여성들이나 노부모들에게 게임기를 선물하려는 고객들이 늘어났다”라고 말한다.
이미 온라인 게임 시장에서는 ‘국민 게임’으로 일컬어지는 넥슨의 <카트라이더>가 다양한 연령대에서 인기를 끈 바 있다. 현재 이용자의 30% 정도가 여성이며, 30%가량은 30대 이상의 중장년층이다. 세 개의 방향키만 익히면 누구나 쉽게 게임에 익숙해질 수 있기 때문에 남녀노소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온라인 게임이 주춤한 사이, 휴대용 게임 시장에서 여성과 중장년층이라는 ‘블루오션’이 각광받고 있다. 이들을 공략하기 위해 내놓은 게임 타이틀 또한 선정적이고 폭력적인 내용이 아니라 교육적 내용을 담고 있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올해 초 일본 아사히 신문에서 펴낸 ‘아사히 키워드 2007’의 문화 부문에서 닌텐도 DS가 핵심 키워드로 선정되었다. <닌텐도 DS>는 이미 일본에서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다. 관련 소프트웨어의 판매가 시작되는 날이면 게임 매장 앞은 장사진을 이룬다. 지하철 안에서는 게임을 즐기는 여성이나 머리가 희끗한 직장인들의 모습도 흔하게 볼 수 있다.
우리나라보다 게임 시장의 규모가 훨씬 큰 일본이지만 닌텐도 DS는 그 규모를 더욱 넓히는 데 공헌했다. 그야말로 모든 연령층을 게임 소비자로 만든 것이다. 새로운 버전이 출시되면 물량이 달려서 못 팔 정도이다. 이와타 사토루(巖田聰) 닌텐도 사장은 “게임에 친숙하지 않은 사람들도 쉽게 즐길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 밝혔다. 이를 반영한 닌텐도 DS는 2004년 12월 첫선을 보인 이후, 휴대 게임기 시장에서 약진하고 있던 소니의 PSP(play station portable)를 압도했다. 이러한 세계 시장의 흐름에도 불구하고 한국 시장에서는 닌텐도 DS의 실적이 부진했었는데 2006년 7월 한국닌텐도 법인이 설립되고 본격적인 시장 공략에 나서면서 국내에도 닌텐도 DS 바람이 불고 있다.
닌텐도 DS가 폭넓은 연령층에서 큰 인기를 끄는 비결은 크게 세 가지다. 우선 조작하기가 간편하다는 것. 기존의 휴대용 게임기들은 방향키와 여러 개의 버튼을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약간 힘들었다. 그러나 닌텐도 DS는 두 개의 스크린을 제공해서 터치스크린 방식을 채용했다. 낱말을 입력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스크린에 쓰거나, 내장된 마이크를 통해 음성만으로 게임 조작이 가능하게 만들었다. 이로써 여성들과 노년층들이 쉽게 게임기에 익숙해질 수 있었다.
두 번째는 쉽고 창의적인 소프트웨어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1월에 발매된 <매일 매일 DS 두뇌 트레이닝>은 간단한 퍼즐이나 퀴즈를 통해 게이머의 ‘뇌 연령’을 알려준다. 비교적 간단한 조작만으로 게임을 진행할 수 있으며, 치매나 건망증을 예방해준다는 입 소문이 퍼지면서 이미 일본에서 선풍적 인기를 끌었다. 영어 교육 타이틀 <영어삼매경>은 음성과 터치스크린 방식을 활용해 누구나 쉽게 게임을 진행할 수 있다. 트레이닝 데이터는 최대 4명까지 보존하는 방식으로, 어린이부터 어른에 이르기까지 가족 모두가 즐길 수 있도록 배려한 점이 눈에 띈다. 닌텐도 게임의 대명사라 할 수 있는 <수퍼 마리오 브라더스>도 십자 키와 버튼 2개면 충분히 즐길 수 있기 때문에 여성층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다.

 

세 번째는 닌텐도측의 공격적인 마케팅이다. 장동건·이나영·차태현 같은 스타들을 앞세우고 거액을 들여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 한국닌텐도는 장동건을 모델로 기용한 이유로 그가 ‘평소 게임을 즐길 것 같지 않는 사람들의 대표’라고 판단해 그렇게 했다고 전했다. 배우 장동건은 여성층의 큰 관심을 끌어냈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15만원) 또한 매력 요소 중 하나다. 게다가 파스텔톤의 색상은 액세서리로 활용해도 될 만큼 예쁘기 때문에 여성들의 눈을 사로잡는다. 적극적인 한글화 또한 게임의 진입로를 넓혀주는 요소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한국닌텐도 홍보담당 장기정씨는 3월에도 여성을 대상으로 한 <우뇌 상쾌통쾌 틀린 그림 전집>과 저연령층을 대상으로 한 <포켓몬 대시>를 내놓았으며 앞으로 시장층을 더욱 넓혀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출처 : 시사저널(http://www.sisajourn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