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부려대구]는 대구‧경북에서 먹고, 일하고, 놀고, 잠자는 청년들이 모여 이야기하는 모임입니다. 각자의 자리에서 갖고 있는 고민을 바탕으로 한 달에 한 번 모여 이야기를 나눕니다. 지역 현안부터 사회 문제, 실 없는 논쟁까지 다양한 주제를 다룰 예정입니다. 정리된 이야기는 뉴스민을 통해 소개합니다.
김보현: 안녕하세요. 11월 1일 씨부려대구 시즌2 네 번째 모임 시작합니다. 오늘 주제는 ‘시내’입니다. 도시의 중심이라는 뜻을 가진 단어죠. 대구에선 동성로를 뜻합니다. 전 이 단어가 정겹더라고요.
오늘 참석자는 김나빈(29, 분홍돌고래도서관), 조영태(31, 대구참여연대), 신동우(38, 인디053), 조희수(24, 표출지대), 석민상(25, 이다웍스), 제니(24, 이다웍스), 이설기(32, 백수) 7명입니다. 간단히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김나빈: 분홍돌고래도서관 매니저로 일하고 있습니다.
조희수: 대구시사 아트저널 ‘표출지대’를 만들고 있습니다. 대구에 많은 이슈가 있지만 청년의 시각으로 바라보는 미디어는 없다는 고민으로 시작했어요. 오늘 섭외 연락을 받고 기뻤습니다.
조영태: 대구참여연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사무실이 시내 근처에 있어요.
이설기: 놀고 있는 한량입니다. 땜빵으로 자주 참석하게 되네요. 전 경산에 사는데요. 경산 출신의 자랑스러운 가수 이센스의 곡 ‘Back in time’에 이런 가사가 있어요. ‘아침이면 풀 냄새 나는 곳 나의 고향, 한 시간 걸리는 시내를 부지런히 오갔지’.
제니: 이다웍스라는 영상 회사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영상을 기반으로 한 여러 기록 활동을 하고 있어요. 기후나 동물권 관련 기록을 하는 활동가이기도 합니다.
석민상: 제니와 함께 이다웍스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20대 초반부터 청년활동가로 일해왔고, 지금은 전문 영상 제작 일을 하고 있습니다.
신동우: 전방위 독립 문화예술단체 인디053 기획팀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오늘 모임 전에 좀 일찍 와서 시내를 한 바퀴 돌았는데요. 대백 앞 ‘28 아트스퀘어’ 바로 뒤편 가장 핫한 땅에 탕후루 가게가 있더라고요. ’탕후루가 여기 자릿값을 벌 수 있을 만큼 설탕을 파는구나. 이게 가능한가‘ 싶었어요
#연령대별로 다른 ’친구 만나는 장소‘
#사라진 만경관, 영플라자 그리고 얌전한 클럽거리 교동
보현: 오늘 주제는 공간을 중심으로 생각해 주시면 되는데요. 대구 사람들은 ‘시내’라고 부르죠. 중구 동성로와 관련한 여러 이슈를 모아 왔습니다. 몸풀기로 요새 어디에서 노는지 이야기해 볼까요? 희수 씨는 친구를 만날 때 주로 어디에서 보나요?
희수: 사실 시내에 나와도 특별하게 놀 만한 공간이 없어요. 프랜차이즈 카페나 영화관 말고는 별다른 게 없다고 느끼거든요. 교동이 뜬다고 해서 가긴 하는데, 거기도 그다지 특색있는 동네라는 생각은 안 한 것 같아요.
설기: 영화값부터 이야기하고 싶은데요. 옛날에는 조조 영화를 보기 위해 아침 일찍 만경관이나 한일극장 앞에서 친구를 만났거든요. 다음으론 점심을 먹고 시내를 한 바퀴 도는 패턴이 있었는데 코로나19를 기점으로 영화 값이 너무 비싸져서 약속을 잘 안 잡게 됐어요. 만경관, 한일극장 같은 오래된 영화관이 다 사라졌잖아요. 그걸 보면서도 마음이 착잡했어요. 지금의 시내 영화관은 CGV가 독식하고 있죠.
영태: 만경관 이야기를 하니까 생각나는데요. 영플라자가 없어질 때 비슷한 감정을 느꼈어요. 어릴 때 놀던 곳이 사라지는구나 싶어서 충격을 받았죠. 버스 타고 오는 방향에서 항상 영플라자 간판과 눈이 마주쳤거든요. 요새도 지나갈 때면 허전해요. 그 위치에 주상복합 오피스텔이 들어온다죠.
민상: 전 사무실, 집이 다 시내 근처라서 생활 반경이 시내입니다. 대구는 시내를 중심으로 교통이 발달했잖아요. 약속 장소를 잡을 땐 당연히 시내인 이유죠. 지하철 노선도도 반월당역을 중심으로 거미집 형태이고, 버스 노선도 시내를 거쳐 가는 게 많으니까요. 차가 아닌 자전거를 주로 타다 보니까 시내를 다니는 게 편하기도 해요.
나빈: 전 수성못을 자주 가는 편이에요. 주차장이 많아서 편해요. 곳곳에 작은 플리마켓도 열리거든요. 산책로도 잘 조성돼 있고요.
제니: 대학에 다닐 땐 굳이 학교 근처를 벗어나서 유흥거리를 찾진 않았어요. 술을 마신다면 굳이 대학 인근을 벗어나 멀리 가진 않는 거죠. 시내든 어디든 나간다면 이동하는 경비만큼 뭔가 더 얻을 수 있는지를 따졌어요. 그래서 보통 예약하고 가거나, 인스타그램에서 미리 찾아본 곳을 갔죠. 시내 근처 동인동, 삼덕동을 가는 경우가 많았어요.
대학에 진학하면서 대구로 왔는데, 시내라는 공간이 대학생이 즐길만한 게 별로 없다고도 느꼈어요. 문화 예술이 풍부하지 않고, 그렇다고 유흥거리가 많지도 않고요. 그냥 사람 구경하기 좋다 정도의 인식인 것 같아요. 일을 하는 지금은 친구를 만난다면 그나마 삼덕동으로 가요. 교동은 너무 시끄럽고요.
보현: 맞아요. 특히 저녁시간 교동에 가면 20대 초중반으로 보이는 친구들이 많더라고요.
설기: 클럽거리가 교동으로 올라간 느낌이에요. 좀 얌전한 클럽거리?
#모든 욕망 모이던 그 시절 ‘시내’
#늘어나고 갈라진 ‘시내’
동우: 올해 처음으로 제가 제일 나이가 많은 자리에 왔네요. 전 ‘동성로’ 보다 ‘시내’가 익숙하거든요. ‘동성로’는 문화적으로 쓰는 언어라는 인식이 커요. 동성로, 서성로, 북성로 식으로요. 초등학생 때부터 시내를 다녔는데, 음반을 사기 위해 레코드샵에 가려면 무조건 와야 했거든요. 모든 상업시설이 총 망라돼 있던 곳이었죠.
‘지금의 시내가 왜 이렇게 됐지’라는 질문을 해보면 간단해요. 그땐 모든 상업시설이 시내에 있었는데 지금은 뿔뿔이 흩어져서 각자의 공간을 만들었잖아요. 굳이 지금의 20~30대 친구들은 시내에 나올 필요가 없죠. 또 하나 큰 이유는 주차입니다. 시내는 차가 있으면 불편하잖아요. 오늘 모임 장소도 시내여서 사무실에 주차 해놓고 버스를 타고 나왔어요.
나빈: 평생 대구에서 살았지만 시내에 뭔가를 기대하고 나온 적은 잘 없었어요. 타지 사람이 대구 여행을 올 땐 동성로에 대한 기대를 하더라고요. 그런데 전 ‘동성로는 별것 없다’는 느낌이 어릴 때부터 있어요.
동우: 서울 사람들은 ‘시내’라는 말이 이상하다고 하잖아요. 홍대, 이태원, 성수라고 지역명을 부르니까요. 부산도 서면, 광안리라고 이름을 부르죠. 시내라는 이름이 가장 오래 버틴 곳이 대구 같아요. 나머지 지역은 시내라고 불리지만 사실 사이즈가 작은 골목 수준이죠. 대구의 시내는 모든 문화, 소비 등 욕망을 망라한 공간이었어요. 지금은 시내가 제 역할을 하기엔 삼지구, 광장코어, 동대구역 등 곳곳에 공간이 많아졌죠. 시내 자체도 교동, 삼덕동, 북성로 등으로 넓어지고 갈라졌고요.
나빈: 얼마 전 타지에서 놀러 온 친구와 시내에 왔는데요. 전 시내를 넓은 바운더리에서 생각하고 “삼덕동에 커피 마시러 가자”고 했더니 친구가 “거기는 시내가 아니잖아”라며 당황하더라고요.
동우: 삼덕동은 원래 시내가 아니긴 하죠.
설기: 홍대가 어디냐 같은 거죠. 홍익대학교에서부터 시작해서 연세대학교 있는 신촌까지 ‘홍대’가 넓어졌잖아요. 체감상 시내도 ‘망했다’보단 ‘커졌다’에 가까운 것 같아요.
영태: ‘시내’에 대한 각자의 정의가 있을 텐데 어쨌든 가장 트렌디한 건 시내에 먼저 생겼던 것 같아요. 제가 어릴 때만 해도 동네에는 카페가 없었거든요. 그래서 친구들이랑 특별한 걸 하고 싶을 땐 시내에 나와서 카페에 갔어요. 파스타도 많이 먹었고요.
민상: 예전에는 사람들이 위치를 기반으로 만났다면 이젠 공간을 중심으로 만나는 것 같아요. 멀리 떨어져 있어도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공간 사진이 예쁘면 가거든요. 예전에는 동성로에 가야만 있는 것들이 있기 때문에 일단 거기에서 만난 것 아닐까요. 새로 생긴 식당에 가고 개봉한 영화를 봤겠죠. 이젠 그런 식의 새로운 자극을 오프라인이 아닌 온라인에서도 경험할 수 있기 때문에 ‘시내’의 매력이 사라진 것도 같아요.
#동성로, 전국에서 사람이 가장 많이 모이던 곳
#이젠 교동과 삼덕동, 수성못, 앞산으로
보현: 민상 씨가 얘기한 내용이 두 번째 질문과 연결되는데요. 동성로의 소규모 상가 공실률이 급증했다고 해요. 2018년 4분기 2.3%에서 2021년 9.4%로 늘더니 2022년에는 14.8%까지 늘었다는 통계도 있습니다. 물론 코로나19 영향도 있겠지만 전국 평균은 물론 대구 평균보다도 훨씬 높은 수준이래요. 체감을 하는지, 공실률 증가 이유는 뭐라고 보는지 궁금합니다.
설기: 민상 씨가 말한 것에 공감해요. 정보가 한 곳에 밀집돼 있을 필요가 없고 동성로에 있는 오프라인 공간이 더 이상 트렌디하고 개성 있다 여겨지지 않아요. 카페를 예로 들면 요즘은 아예 외곽에 큰 주차장을 가진 공장형 인테리어거나 작은 골목의 미니멀한 인테리어가 유행이잖아요. 이런 유행을 좇아가기에 동성로의 임대료는 아직 비싸다고 들었어요. 공실률이 늘어도 떨어지지 않을걸요.
민상: 기사로 봤는데, 건물주 입장에서는 공실률이 높아져도 공실로 두는 게 이익일 수 있다 하더라고요. 임대료를 내리게 되면 장기적으론 건물 시세가 떨어질 수 있어서래요. 내리기는 쉬워도 다시 올리기는 어렵다는 거죠.
제니: 동성로의 점포는 인테리어를 빡세게, 유행을 따라가려 하지 않는 것 같아요. 프랜차이즈 중심이죠. 공간을 깔끔하게 보이려는 노력은 하는데 인테리어에 공을 들였다고 생각되는 곳은 잘 못 봤어요. 소규모 개인 카페가 생기더라도 지나가는 사람을 대상으로 장사를 하는 느낌이랄까요. 내가 그 공간에 가기 위해서 나갈 만큼 매력 있는 공간이 적어요. 교동이나 삼덕동의 식당, 카페, 소품샵은 그것에 주력하죠.
요즘 20~30대는 자신의 색깔에 맞는 곳을 가잖아요. 내가 가는 곳에서 나의 이미지가 생긴다고 여겨지는 시대니까요. 교동에 가는 사람과 삼덕동에 가는 사람도 약간 다를 거란 말이죠. 교동은 인스타에 태그를 많이 달 것 같은 사람이 가는 느낌이고 삼덕동은 얌전하게 감성 있는 사진을 올릴 것 같은 사람이 가는 느낌이에요.
보현: 뭐가 다른지 잘 모르겠네요. (웃음)
설기: 경산은 영대 대학로 쪽과 경산역 쪽이 교통 편한 시내였는데요. 그쪽이 구도심이 되면서 도시재생 지역이 역전이 됐거든요. 대학로도 인구가 줄면서 상권이 많이 빠졌고요. 그러면서 독특한 공간은 다 교외로 생기기 시작했어요. ‘대중교통의 중심가’라는 게 구도심 때는 영향을 미쳤는데 저만해도 요샌 차가 있으니까 교외로 가는 게 큰일이 아니거든요.
보현: 대구시 홈페이지에 동성로 스토리텔링이 나와 있어요. 근대 이전엔 동성로가 읍성 내에서도 개발이 가장 뒤처진 곳이었다 해요. 동성로 이전의 대구 시내는 북성로 향촌동이었고요.
동우: 경상감영의 뜻이 ‘입구’거든요. 입구 앞에 난전이 이뤄지니까 역이 생겼고, 거기에 사람이 모이니 상권이 형성된 거죠. 향촌동도 이런 배경 속에서 만들어진 거예요. 전쟁 이후에는 미군 물자가 교동으로 들어오면서 중심이 살짝 이동했고, 그러다 공간이 넓어지니 한일극장 쪽으로 다시 이동한 거죠.
대구는 달성군, 칠곡군이 들어오면서 넓어졌는데 위치로는 달성군에 속한 지역이 중심이 돼야 하거든요. 측량해서 중심을 찍으면요. 문제는 교통이죠. 대구는 서울, 부산과 달리 계획도시거든요. 일제 강점기 때 수탈하면서 길을 만들었기 때문에 계획적으로, 반월당을 중심으로 방사형으로 모든 교통이 형성되다 보니 아까 얘기한 다른 지역과 다르게 ‘시내’라는 곳이 형성될 수 있었어요.
2010년쯤 제안서를 쓸 때 동성로에 대해 해석한 적이 있는데요. 그때만 해도 반경 1km 이내에 전국에서 사람이 가장 많이 모이는 곳이었거든요. 한때 명동을 이길 정도로 인구가 많던 곳입니다. 하루 움직이는 인구만 하더라도 50만 명이 넘어갈 정도였어요. ‘대구에서 성공한 프랜차이즈는 전국에서 성공한다’는 말도 있었죠. 가장 좁은 곳에 가장 많은 인구가 모이는데 거기에서 프랜차이즈 하나를 성공하기가 얼마나 어렵겠어요. 그런데 계획도시다 보니 오히려 계획적으로 떼는 작업이 이뤄졌죠. 상업지구를 떼서 베드타운으로 보내는 과정에서 사람들이 굳이 시내에 오지 않게 된 것 같아요.
앞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소개팅한다면 어디로 갈까’ 생각해 봤어요. 20대 초반이라면 교동이겠죠. 20대 중후반이라면 삼덕동, 30대 초반이라면 수성못이나 앞산이겠죠. 이렇게 사람이 모이는 곳이 많아졌으니 시내의 역할도 달라진 거겠죠.
나빈: 동성로에 애틋한 마음을 갖고 있는 분도 있겠지만 전 그런 아쉬움은 별로 없는 것 같아요. 다만 내가 오래 다닌 분식집, 작은 술집, 카페 같은 공간에 대한 아쉬움이나 ’없어지면 어쩌지‘라는 위기감은 있는 것 같아요.
#문 닫은 대구백화점, 문화 자원으로 볼 수 있을까
#스타벅스가 매입해 영업한다면?
설기: 동성로 ‘전원돈까스’가 영업한 지 40년이 넘었다 하더라고요. 요새 레트로가 유행하면서 다시 줄을 서던데, 그런 특색과 전통이 있는 가게도 언젠가는 문을 닫을 수 있겠죠. 다만 나중에 대구백화점처럼 문을 닫는다면 ’거기에 문화적 지분이 있다고 할 만한 사람이 공간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어요.
보현: 다음 질문과 연결되기도 합니다. 얼마 전 대구백화점 관련 논문이 나와 기사를 썼는데요. 흥미로운 내용이 많았어요. 대구백화점에 대한 지역민의 기억을 세대별로 취합하고, 미래유산으로서의 의미를 도출한 건데, 여러 고민이 생기더라고요. 여러분은 대구백화점의 하락세를 어떻게 보셨는지 궁금해요. (관련기사=“대백 앞에서 만나”가 만들어 온 기억(‘23.10.04.))
동우: 무영당 사례를 얘기하고 싶은데요. 일제강점기 대구에서 민족자본 최초로 건립된 백화점이죠. 대구시가 보존을 위해 매입해 활용하고 있고요. ’대구백화점은 왜 안 되나‘란 생각이에요 100년이 지나면 대구백화점의 스토리는 무영당보다 더 많을 텐데요. 사실 무영당은 일본인이나 돈 많은 사람들이 소비한 공간에 불과했고, 대구백화점은 훨씬 더 많은 시민이 물건을 사거나 공간을 이용한 경험이 많잖아요. 해외 같은 경우에도 예술가의 집을 박물관으로 만들어서 보존하거나 심지어 살고 있는 사람이 있어도 팻말을 두거든요. 이런 것들을 문화자원으로 보고 정리해 보존해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그런 인식이 부족한 것 같아요.
경남 진해에선 일제강점기 때 만들어진 우체국 등 건물을 도시재생사업으로 매입했어요. 그 공간에 어떤 이야기가 있었는지 해석하고 스토리텔링 해서 전시했거든요. 이런 작업은 관광상품이기도 하지만 그 지역을 이해하고 해석하는 역할도 하는데, 동성로와 대구백화점은 왜 그렇게 못 하나요.
보현: 대구백화점이 문을 닫고 시장에 나오고선 오피스텔이 들어설 뻔하기도 했죠.
동우: 말이 안 되죠. 그 앞에서 행사나 집회, 기자회견 등 계속 사람이 모이는 데 누가 살고 싶을까요?
보현: 대구백화점 앞 무대가 지금은 ’28 아트스퀘어‘로 바뀌었잖아요. 우리가 아는 동성로 중앙무대, ’대백무대‘라고 불렀던 무대가 있었죠. 지금은 철거한 뒤 구조물을 세웠어요. 개인적으론 시민을 위한 참여형 공간이라기보단 행정 편의를 위한 공간으로 바뀐 느낌을 받아요. 컴퓨터 배경화면 이미지 같은 게 미디어 건축물에 뜨더라고요.
제니: 화면에 광고를 띄우기 위해 세워진 거겠죠. 대구시에서 하는 큰 행사의 홍보 영상도 자주 나오더라고요.
동우: 행사를 만드는 사람 입장에선 무대도 사실 되게 불편해요. 무대가 있으면 행사하기 편할 거라고들 생각하는데, 전혀 아니거든요. 예를 들어 무대 평수가 30평이라면, 그에 맞는 팀들이 올라가게 돼요. 한두 명이 공연하는 경우나 버스킹 하는 친구들은 무대 위에서 절대 안 해요. 무대를 객석 삼아 그 앞에서 하죠.
그런데 지금은 무대가 없어지고 더 불편해요. 올해 청년축제도 공간이 되게 좁게 만들어졌거든요. 구조물을 뒤를 두고 무대를 만드려니 더 불편한 거죠. 아트스퀘어로 바뀌면서 중구에선 ’악기 시설이 들어간 공연은 불가‘라는 지침을 만들기도 했어요. 드럼 있는 공연은 무조건 안 돼요. 시끄러워서겠죠.
설기: 고민이 되네요. 지금의 대구백화점 건물을 그대로 지켜서 보존 공간을 만들자고 할 수 있지만, 한편으론 무너뜨리고 공원을 만들자고 할 수도 있다고 봐요. 다만 자본의 결정이 문화적 맥락과 상관없이 개발하는 등 (자본을) 펌핑할 수 있는 방향으로만 가면서 중요한 가치들이 훼손되는 게 문제겠죠. 대구백화점도 현명하게 쓸 방법을 못 찾는다는 생각이 들고요.
보현: 취재를 하면서 대구백화점 공간 활용에 대해 공공이 제대로 논의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 답답했어요.
동우: 할 수가 없죠. 엄청 비싼데.
제니: 대구 사람인 저희 어머니가 대구백화점이 문 닫는다는 뉴스를 보고 추억을 이야기하더라고요. 물론 거기서 포장해 주는 아저씨가 어쨌다 하는 이야기가 아름답긴 한데 저한텐 그저 이야기잖아요. 내가 대구백화점을 다닐 때 그 아저씬 없었으니까요. 그럼 이걸 문화 자본으로 활용 가능한가라는 의문이 들어요.
설기: 영플라자, 만경관, 한일극장, 대구백화점 정도는 시대를 풍미했다는 역사적 가치를 갖고 있다고 봐요. 여기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동의하냐, 역사적 가치를 어떤 방식으로 남길 것이냐가 중요한 거죠. 공감대를 묶어 낸다면 공간을 보존하고 미래에 어떻게 쓸 것인가 논의할 수 있다고 보거든요. 이런 작업을 지자체나 의회에서 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요.
희수: 대구백화점을 문화 자원으로 활용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봐요. 최근 원주에선 시민 반대에도 아카데미 극장을 폐쇄했잖아요. 그전에 극장 보존을 결정하는 과정 속에선 여기가 문화적, 역사적으로 가치 있는 곳이라는 합의가 이뤄졌는데도요. 그런데 대구백화점은 아까 제니 씨가 말한 것처럼 손님 각각의 추억이 있긴 하지만 너무 개별적이라고 생각해요. 공간의 본질은 물건을 사고파는 건데 ’그 원형을 지키면서 다른 방향으로 사용할 수 있을까‘에 대해 회의적이에요.
동우: 원주 아카데미 극장은 사실 다른 문제가 있는데요. 역사적으로 의미 있는 공간을 허문 것보다도 행정이 말을 바꾼 게 문제거든요. 보존을 전제로 행정이 매입하기로 했고, 유휴공간 재생 사업으로 예산을 받아와 놓고선 허물어 버린 거예요. 대구백화점을 예로 들면 ’문화적으로 스토리가 좋아‘서가 아니라, 저 공간을 사겠다고 해서 국비가 들어 왔는데 안 사고 허물어 버린 거죠. 원주 사례는 되게 이상해요.
영태: 스타벅스가 매입해서 영업한다고 가정하면 어때요? 공간의 원형은 유지하면서 카페로 운영하는 거죠. 실제 종로고택점 사례가 있잖아요. ’100년 역사의 고택 원형을 유지한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죠.
제니: 그 방향이 더 맞다고 보는 게, 백화점이라면 어쨌든 물건을 팔던 공간이잖아요. 층마다 평수가 넓기 때문에 다른 용도로는 활용이 어렵지 않을까요? 공공이 매입한다고 하면 기껏해야 청년몰 같은 방식일 텐데, 대형 자본이 기존 공간을 잘 분할해서 활용하고, 사람이 많이 오게 만드는 건 잘할 것 같아요.
설기: 여기서 중요한 건 대구백화점 자체는 아닌 것 같아요. 적어도 청년몰이나 오피스텔은 안 들어왔으면 좋겠다는 마음인데, 우리 개개인에게 권한이 없으니 그 권한이 있는 사람들이 잘 판단했으면 싶은 정도인 거죠. 다만 결정권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공간에 대해 다른 가치를 공유한 사람들의 의사에 반하는 결정을 한다면 고민하게 될 것 같아요.
#유명 브랜드 개점, 부활의 조짐일까
#팝업스토어, 쇼케이스의 공간으로
영태: 한편으론 시내가 갖던 역할을 곳곳에서 나눠 가지면서 분산되는 것도 장점이 있지 않을까요?
동우: 그보단 분산되고 난 다음의 문제를 봐야 할 것 같아요. 남은 사람들이 취향 공동체적인 걸 만들어 가고 있는지 보자는 거죠. 예를 들면 앞산은 카페거리로 특색을 잡았잖아요. 그 공간을 소비할 세대를 냉정하게 잡아놓고 다양한 스토리를 만들었는데, 그런 앞산도 공실률이 늘고 있거든요. 어쨌든 공간을 이용하는 사람이 누구고, 그들에게 어떤 효능감을 줄 것인지 고민해야 하는데 시내는 그걸 못 찾고 있는 것 같아요. 왜냐하면 원체 바운더리가 컸으니까요. 모든 욕망의 용광로였잖아요.
보현: 최근엔 부활의 조짐도 보이긴 합니다. 지난 9월 동성로 유니클로 매장 자리에 오픈한 무신사 스탠다드 동성로점 이야기인데요. 보도가 굉장히 많이 나왔어요. MZ세대에게 핫한 의류 브랜드인데 지방에 낸 첫 매장이라고 하더라고요. 오픈 3일 만에 3만 명 이상이 방문했다죠. 이게 신호탄이 될 수 있을까요?
동우: 없을 거 같아요. 요샌 눈으로 보고 인터넷으로 구매하잖아요. 무신사 스탠다드 외에도 동성로에 들어오는 많은 브랜드가 팝업 스토어 형태예요. 대기업이 오프라인을 활용하는 트렌드인데요. 브랜드 경험이 없는 이들에게 홍보하는 것과 물건 적재 공간으로 활용하는 것, 이 두 가지가 핵심이에요.
대표적인 사례가 쿠팡이죠. 쿠팡의 홈플러스 인수설도 있었죠. 무신사나 쿠팡이나 온라인 마케팅 중심의 기업이 갖는 장점이자 단점은 이용해 본 사람은 계속 이용하지만 이용해 보지 않은 사람은 그 불편함을 모른다는 거거든요. 그러니까 이용하게끔 만들어야 하는 거죠. 오프라인 매장이 그 방법의 하나인거고요. 그 목적이 대구에서 어느 정도 달성되면 사실 계속해서 이용자가 많기는 어렵다고 봐요.
설기: 저도 비슷하게 생각해요. 길게 뿌리 박을 건 아닌 것 같고 다른 여타 브랜드들처럼 왔다 가지 않을까요.
동우: 우리 회사도 팝업스토어를 운영하고 있거든요. 월세 500만 원의 시내 공간을 한 달 임대했는데, 이제 딱 절반 정도 지났어요. 구조상 수익이 날 수 없어요. 청년 기업이나 사회적 기업이 판매를 할 수 있는 장인데 사실 그들이 이런 비싼 장소에서 물건을 팔 수 있는 기회가 없잖아요. 짧은 기간이니만큼 물건을 보여줄 수 있는 쇼케이스 공간인 거죠. 시내가 이런 형태로 계속 가지 않을까 싶어요.
보현: 처음 이야기했던 것처럼 색깔은 없네요.
동우: 색깔이 없는 게 색깔일 수도 있죠.
희수: 개인적으로 자라, 무신사 같은 스파 브랜드의 감성을 좋아하지 않고요. 일단 대구에 없던 게 생겼으니 반짝 관심은 가겠지만 제 또래에겐 그게 다인 것 같아요. 대구에만 있는 특색 있는 가게도 아니고, 지역적 맥락이 있는 곳도 아니고요. 한편으론 대구 인구는 점점 노령화되는데 자꾸 청년을 위한 공간을 내세우는 게 맥락에 맞지 않다는 생각도 들어요.
동우: 청년주간 행사가 동성로에서 열렸잖아요. 그때 ‘동성로가 지금 청년들의 공간인가’라는 질문이 나오기도 했어요. ‘무신사가 왜 시내에 왔을까’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면 10대의 옷이기 때문이에요. 20대 중반만 넘어가도 잘 안 입어요. 30대는 절대 안 입어요. 즉, 시내는 이제 10대의 공간이에요. 무신사, 탕후루, 마라탕, 인생네컷이 그들의 문화인 거죠. 지금 저희가 시내의 이야기를 하면서 20대 초반의 경험을 주로 말하잖아요. 시내는 이미 그렇게 규정지어져 있는게 아닐까요.
#시작된 ‘동성로 르네상스 프로젝트’, 내가 그리는 시내
#머무르는 곳, 지나치는 곳, 모이는 곳.
설기: 대구에 청년의 공간이 어디 있나요?
동우: 굳이 청년의 공간이 왜 필요한가요?
설기: 청년이란 단어의 폭이 넓긴 하죠.
동우: 다 달라요. 문화 관광 분야에선 만 34세까지라 보는데 행안부는 39세, 유엔은 60세까지로 보죠. 의성군 같은 농촌 지역은 45세까지를 청년이라 봐요. MZ세대의 폭도 굉장히 넓잖아요. 그런데 모든 사람이 자기는 MZ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세대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사실 문화를 받아들이는 방식이 다변화되고 있잖아요. 그들은 취향 공동체끼리 모이는데, 그 윗세대가 편의상 묶어 버리는 거죠. 자기들이 세대로 묶여 왔기 때문에.
보현: 그게 곧 공간에도 반영되고 있죠. 이야기를 돌아와서 다음 질문입니다. 대구시가 최근 ’동성로 르네상스 프로젝트‘를 발표했어요. 초기 작업으로 동성로에 도심 캠퍼스 타운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는데, 도심 빈 상가나 게스트하우스 등을 빌려서 대구경북권 대학생들이 활용하는 캠퍼스로 만들겠다는 게 핵심입니다.
이 외에도 4개 분야 13개의 세부사업이 있고요. 버스킹의 성지, 유럽풍 노천카페, 도심공원 리모델링, 이색포토존 등이 포함됐어요. 중앙로 대중교통전용지구 일부 구간 해제는 이미 시행됐죠. 소식을 접한 분도 있을 거고 처음 듣는 분들도 있을텐데, 어떻게 보는지 궁금해요. 내가 원하는 동성로 활성화 방안에 대해 이야기해도 좋습니다.
희수: 르네상스가 부활, 재생이라는 뜻이잖아요. 죽기 전의 모습이나 고민을 갖고 살아나는 것을 의미한다고 알고 있거든요. 지금 나온 안들은 좋은 걸 모아놓은 것 같긴 한데 ’르네상스‘라는 단어를 붙일 만큼 획기적인 사업은 잘 보이지 않는 것 같아요. 사람이 사람을 부르는 공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비정형의 커뮤니티가 생길 수 있는 공간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비어 있는 공간을 활용한다는 안도 있던데 예술인이나 활동가를 위해 저렴하게 빌려주는 프로그램도 있었으면 좋겠어요. 표출지대도 아직 사무실이 없거든요. 교류의 장으로 작용할 수 있는 도서관, 책방, 문화 공간도 늘었으면 좋겠는데 관련 예산은 삭감됐죠.
나빈: 여기저기서 예산을 줄이더니 유럽풍 노천카페를 만들려고 줄였나 보네요.
동우: 목표는 명확하죠. 2000년대 이후 동성로가 죽어가고 있으니 다시 사람들이 오게끔 하자. 좋은 걸 다 넣은 상황인데, 전 장치로 제대로 작동한다면 나쁘지 않다고 봐요. 그런데 그러면서 대중교통 전용지구를 일부 해제하는 게 맞냐는 의문은 있어요. 사람들이 와서 머물러야 하는데 해제하면 차가 지나가잖아요. 주차 공간이 충분히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일단 차가 지나게끔 한 거죠.
버스킹 관련 안도 있어요. 그런데 버스킹은 장돌뱅이 같은 사람들이기 때문에 사람이 많이 모여 있으면 와서 해요. ’버스킹 공간‘을 따로 만든다고 해서 버스킹이 되는 게 아니란 거죠. 광장 문화가 있는 곳에서 버스킹이 활발하게 이뤄지는데 동성로는 그 어떤 광장조차 만들어지지 않은 형태의 거리입니다. 그걸 막고 사람들이 오게끔 하고 싶으면서도 대중교통 전용지구는 해제한 거죠. 논리적으로 맞지 않다고 봐요.
해외에서 버스킹이 가장 많이 이뤄지는 공간들을 보면 주로 시청 앞 광장 공간이에요. 유럽의 시청 앞 공간은 예전부터 데모나 시민활동이 활발한 곳이거든요. 그러면서 예술하는 사람들도 모이는데, 우리나라 행정은 기본적으로 그런 모임의 공간에 대한 불편함을 갖고 있죠. 한편으론 사람들이 모이지 않아도 많이 왔으면 하니 행정적인 프로세스만 잔뜩 들어가는 상황이에요.
동성로 르네상스 프로젝트 자체에 대해선 원체 큰 예산이 들어가는 사업이다 보니 반신반의하는 입장이에요. 노천카페가 쭉 깔린다면 좋을 것도 같아요. 버스킹 하는 사람들에게 무엇이 필요하냐는 질문이 들어온 적 있는데 ’전기 시설을 많이 만들어 주세요. 옥외 스피커 없애 주세요‘라고 했어요. 버스킹 공연을 하면 옥외 스피커는 더 소리를 올리거든요. 돈을 들이는 것보다 문화적인 부분을 이해할 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졌으면 좋겠어요. 사람들을 막지 말고 도떼기시장처럼 누구나 와서 공연할 수 있게끔 해놓으면 될 거란 거죠. 현장의 이야기를 듣고 반영할 수 있는 방식으로 진행되면 좋겠어요.
설기: 공간이 비어 있어야 움직일 수 있고 만들어 낼 수 있잖아요. 그런데 지금 목표는 가득 채우는 것 같아 보이거든요. 가득 차 있는 곳에는 새로운 게 있을 수 없고 생겨날 수도 없다고 봐요. 매력적인 것들은 교외로 나가는 상황에서 과거엔 가득 차 있었으니까 다시 채우자는 의지로 프로그램을 넣는 게 맞냐는 의문이 들고요. 차라리 공원이 늘었으면 좋겠어요.
제니: 공원은 이미 많지 않나요. 그보단 환승 구간의 역할로서 동성로, 반월당역이 더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갖춰지면 좋겠어요. 중간에 벤치를 늘리거나 공공 주차장을 확대하는 식으로요.
동우: 과거의 영광을 빨리 포기해야 된다고 봐요. 시내엔 상인회 중심의 현수막이 많죠. 대중교통지구 해제해 달라는 것도 상인회 요구가 있었다고 알고 있어요. 이분들은 그랬을 때 사람이 많이 왔던 기억이 있으신 거죠. 교동 지역 상인분들과 얘기해 보면 그땐 집집마다 개수기가 있었대요. 오후 5시쯤 되면 은행이 한 바퀴를 쭉 돌면서 돈을 수거하죠. 그 정도의 영광을 누렸으니 이해도 가요.
하지만 지금 차량이 거길 지나간다고 해서 유동인구가 늘진 않을 것 같아요. 아까도 얘기했지만 동성로를 오는 청소년이나 20대 친구들은 차를 갖고 오지 않잖아요. 그렇다면 이들이 더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가야 하지 않을까요? 그러려면 지금보다 규모가 줄어야 할 테고, 무엇보다 과거의 영광을 빨리 포기해야 하겠죠. 좀 더 깊이 들어가 보면 그 친구들 중에서도 동성로가 매력적이라고 느끼는 친구들만 와요. 취향 공동체라는 특징을 갖기 때문에 세대로 규정짓기도 쉽지 않죠.
민상: 자전거 타기 좋은 환경이 조성됐으면 좋겠어요. 자동차나 보행자에 대한 고민은 있는데 자전거 도로에 대한 고민은 그다지 없는 것 같아요. 동성로나 교동, 삼덕동 같은 권역이 자전거로 다니기 딱 좋거든요. 대구 중구가 특히 자전거 타기 좋은 정도의 규모인데, 그걸 잘 활용하지 못한다고 평소 생각했어요.
동우: 길이 잘 돼 있어서 그래요. 유럽에서 자전거를 많이 타는 이유는 차가 다니기 어려워서거든요. 트램이 차들하고 같이 다니니까 불편하죠. 대구는 사실 반월당대로만 떠올려 봐도 직진하면 동서를 가로지르잖아요. 대구에서 운전 못 하면 정말 운전 못하는 사람이라는 말도 있죠.
나빈: 오늘 했던 얘기 대부분 대구가 계획도시이기 때문에 겪는 숙명처럼 느껴지기도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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