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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부장 호무라☆마기카

[동네뉴스] "어른들의 고민도 해결해 드려요." '놀삶 어린이 방송'의 묘미

by 카나메 마도카 2024. 2. 19.
성서공동체 FM라디오 방송국서 초등학생 5명 진행
익명 어른들의 고민, 아이들 시선으로 해결책 제시
아이들과 어머니 함께 대본 쓰고, 녹음 전 호흡도 맞춰

'놀삶 어린이 방송'을 하기 위해 SCN성서공동체라디오 방송국 스튜디오에서 아이들이 녹음을 하는 모습
놀삶어린이 방송팀 중 2명의 MC가 오프닝 멘트를 녹음할 동안 나머지 어린이들이 막간을 이용해 대본 리딩을 하고 있다.

지난 17일 저녁 무렵 달서구 이곡동에 위치한 성서공동체 FM 라디오 방송국 대기실. 초등학생들의 낭랑한 소리가 가득 울려 퍼졌다. 매달 셋째주 수요일 오전 11시에 방송되는 '놀사람 모여라! 놀삶 어린이 방송(이하 놀삶 어린이 방송)'의 녹음 현장이다. 놀삶 어린이 방송을 꾸려가는 학생들은 초등학교 2학년부터 5학년까지 5명이다. 지난해 여름 '랄랄라 어린이 라디오 제작 교실'에 참여한 아이들이 내친 김에 방송까지 꿰찼다. 지난 2월 두꺼운 패딩을 입고 시작한 방송이 어느덧 6회째에 이르렀다.

'놀삶 어린이 방송' 은 '우리들 뉴스' '어린이 고민상담소' '우리들의 원픽' 등 세 개의 코너와 신청곡으로 구성돼 있다.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바라본 마을 소식과 마을 사람들의 고민, 아이들의 관심사를 아이들의 언어로 풀어낸다. '어린이 고민상담소'는 어른들의 고민을 아이들이 들어주는 코너로 마을 카페, 커뮤니티 공간 등 5곳에 '고민상자'를 비치해 두었다. 익명으로 적힌 어른들의 고민을 아이들의 시선에서 해석하고 돌직구 해결책을 던져 방송의 재미를 더한다.

이번 방송은 '놀삶 어린이 방송 특집'으로 방송에서 다루지 못했던 뒷이야기와 앞으로의 계획 등으로 꾸몄다. 지난 19일 특집 방송이 전파를 탔다.

 

SCN성서공동체라디오 방송국 스튜디오에서 녹음을 하기 전 마이크 테스트도 하고 긴장을 풀고 있다.

 

놀삶 아이들에게 양해를 구해 스튜디오 안에서 녹음과정을 지켜봤다.
[윤희주(서동초 4학년) "2월 첫 방송을 지금 들으면 넘넘 웃겨요. 부끄럽기도 하고요. 우리 엄마는 모두 로봇 목소리 같대요. 하하" 양서영(이곡초 5학년) "저는 4월 방송 때 MC를 맡으면서 오프닝, 클로징 멘트 짤 때가 생각나요. 이월드 다녀와서 본 벚꽃이 꽃비가 되어 내리는 그 날 그 느낌을 오프닝 멘트로 쓰니깐 진짜 라디오 작가가 된 것 같은 기분이었어요" 안소이(서동초 5학년) "헤드폰도 껴보고 마이크에 말해 보고 내 차례가 아닐 때는 까불까불 하기도 하고. 점점 긴장이 풀리고 대본에 없는 말도 막 하게 됐죠, 모두가." 백송이(서동초 4학년) "코너를 하나씩 하나씩 끝내고 추천곡 나올 때 막 떠들고 춤도 췄지요. 꼭 학교 수업 중간에 쉬는 시간처럼요!" 안유이(서동초 2학년) "저는 대본을 읽으면서 안 틀리려고 진짜 집중했어요. 그런데 6월에 나온 어린이 고민상담소에서 '마사지샵' 이란 단어가 잘 안 읽혀 져서 한참 버벅거렸어요. 지금도 잘 안되네요. 마.사.지. 샵."]

'놀삶 어린이 방송'을 위해 어머니들이 아이들과 함께 대본을 쓴다. 녹음 방송 들어가기 전 다 함께 모여서 호흡도 맞춘다고 한다.

안소이·유이 어머니 강미영씨는 "아이들 덕분에 라디오와 다시 친해진 기분이다. 어릴 적에 좋아하는 라디오 생방송을 카세트 테이프에 녹음하던 생각이 난다. 아이들과 함께 경험하고 배우고 성장하는 중이다"고 말했다.


백송이 어머니 이인경씨는 "아이들 방송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 위해 '라디오 제작교실' 수업을 들었다. 방송을 하면서 달라진 점은 방송 해야 될 내용을 끄집어내기 위해 아이와 많은 대화를 하게 된다는 것이다"고 말했다.


윤희주 어머니 장화주씨는 "다사읍 출장소 앞에 8년 만에 생긴 신호등에 대한 취재를 위해 아이들과 현장을 찾아가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런데 그분들에게 방송에 쓰인다는 말을 하지 않아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내보내지 못했다"라며 안타까워했다.

최원혜 담당PD는 "회차가 거듭될수록 분량에 대한 욕심도 늘었고 '애드립'도 늘었다. 녹음하면서도 어색한 부분은 서로 합의를 해서 수정하는 열성이 보기 좋다"며 "잡소리가 나면 녹음을 다시 해야 하니까 자기 차례가 아니어도 조심해 주면서 아이들끼리 합이 잘 맞다"며 활짝 웃었다.
글·사진= 진정림 시민기자 trueforest@naver.com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