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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부장 호무라☆마기카

'특수강도죄' 재소자 K씨 충격 서한 "도심 CCTV는 허수아비"

by 카나메 마도카 2021. 10. 26.

"도심 CCTV는 허수아비다."

특수강도죄로 15년형을 선고받고 3년째 청송교도소에 수감돼 있는 재소자 K씨가 이색 주장을 제기했다. 자신을 범죄예방 프로그래머라고 소개한 K씨는 최근 스포츠조선에 편지를 보내와 방범용 폐쇄회로(CCTV)가 범죄 예방에 매우 취약하며 설치 방법과 운영도 문제가 많다고 주장했다.

40대 중반인 K씨는 청송교도소장 직인이 찍힌 수용증명서 사본과 함께 A4용지 12쪽에 이르는 장문의 글을 보냈다. K씨는 이 글에서 ▶CCTV 기능 개선점 ▶카메라 모양 개선점 ▶CCTV 설치업체에서 알아야 할 점 ▶CCTV를 운영하는 곳에서 알아야 할 점 등을 세세하게 설명했다.

수감 중인 재소자가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CCTV의 문제점을 제기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는 CCTV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상태다. 프로야구 선수 출신 이호성씨의 네 모녀 살해사건, 일산 초등학생 성폭행 미수사건, 숭례문 방화사건 등에서 CCTV가 사건 해결의 결정적인 역할을 하면서 CCTV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아진 상황이다.

CCTV 설치대수도 급증하고 있다. 서울 시내만 해도 현재 공공기관이 운영 중인 CCTV는 1만5694대. 2007년보다 34%인 4000대 가량 늘었다. 지하철 안전관리, 교량 등 시설물 관리에 많이 쓰이며 방범, 범죄예방용은 2072대에 이른다.

청송교도소 재소자 K씨가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CCTV의 문제점을 지적한 편지를 스포츠조선 앞으로 보내왔다.(A4용지 12쪽 분량)

K씨는 CCTV가 범인 검거에는 도움을 주지만, 범죄를 예방하는 기능은 미약하다고 말했다. K씨는 그 이유를 "예비 범죄자가 CCTV를 두려움의 대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범죄자들은 CCTV에 자신의 모습이 찍히는 것에 개의치 않고 범죄를 저질러 왔다"는 것이다. CCTV의 기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K씨는 해결책도 제시했다. 우선 CCTV는 예비범죄자 사전 감지 기능과 강력한 견제 장치를 갖추고 있어야 한다. 예비 범죄자가 나타났을 때 CCTV는 3단계로 범죄자를 견제해야 한다. 줌과 회전작동으로 시선을 압박하고, 강한 서치라이트로 경고하고, 경광 등으로 체포 위험신호를 보내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범죄자들의 교도소 경험을 활용할 것을 주문했다. CCTV의 모양과 설치 높이, 각도 등을 교도소와 동일하게 하면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우선 현재의 돔 카메라보다 사각형이 효과적이다. 범죄자는 돔 카메라를 보고는 감시받고 있다는 것을 모를 수 있다. 전국 교도소에는 2003년부터 CCTV가 완벽하게 갖춰졌는데, 그 모양이 직사각 박스형이다. 재소자들은 이 모양의 CCTV에 익숙해져 있다. 그래서 출소 후 돔 카메라를 보면 고장난 가로등으로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

 

K씨는 "10년을 복역하고 출소한 후 다시 범행에 착수할 때 처음엔 돔 카메라를 인식하지 못한 경험이 있다"고 털어놨다.

CCTV의 위치, 높이, 각도 역시 중요하다. 교도소에 설치된 CCTV는 높이 3m를 넘지 않는다. 각도는 수평에서 아래로 15~20도이다. 재범자들은 이런 높이, 각도에 익숙해져 있고 따라서 심리적 압박감을 갖고 있다. 사회에서도 이를 참고해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교도소에 설치돼 있는 CCTV의 모양과 색깔을 본떠 설치하면, 재범자들은 감시 통제받던 자아의식 때문에 범행의지가 꺾이게 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보안업체 에스텍시스템 사업본부 Y과장은 "사각형이 눈에 잘 띄어 카메라가 있다는 경각심을 준다. 또 4m 높이에서 15~20도 각도로 설치하면 카메라가 날 쳐다보는 것 같은 위압감을 주는 효과가 있다"고 K씨의 주장을 뒷받침했다.

K씨는 "CCTV 설치기관에서 범죄자들의 정서, 심리, 행동까지 파악해 효율적으로 설치하면 범죄자의 접근 자체를 차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 K씨가 말하는 'CCTV 모니터링 요원의 예비범죄자 예측법']

1. 모자를 쓰되 모자 앞 챙은 반달에 가깝도록 동그랗게 해 옆 시선까지 차단한다.

2. 안경 및 마스크를 착용해 인상착의를 최대한 감춘다.

3. 어떤 위치, 각도에 있든 CCTV를 쳐다보지 않는다.

4. 걸음걸이가 매우 민첩하거나 혹은 느린 걸음으로 고개를 약간 숙인 채 걸어가면서 은근히 주위를 살핀다.

5. 현장답사를 두 번 이상 한다. 날짜, 시간별로 집을 찾는 척하고 내부를 살펴 침입경로를 확인한다.

6. 옷은 주로 캐주얼 차림이며 색깔은 자극적인 원색을 피한다.

7. 날씨가 더운데도 긴 팔 남방 및 티셔츠를 입는다. 문신, 담뱃불 자국을 감추기 위해서다.

8 신발은 간편한 운동화 종류다. 또 증거를 남기지 않기 위해 액세서리를 하지 않는다.

9. 현장답사에서는 누구를 기다리는 척하면서 담배를 많이 피운다.

10. 범행시 필요한 드라이버, 테이프, 장갑 등을 담은 작은 가방이나 쇼핑백을 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