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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경찰 배출의 요람, 안동 김재규학원장

카나메 마도카 2021. 11. 4. 16:17

 

 

【안동=뉴시스】김진호 기자 = 경북 안동 시내에서 길안면 방면으로 10여 분쯤 차를 몰다 보면 왼쪽에는 낙동강, 오른쪽에는 소나무 우거진 산이다.

 큰 굽이 없이 잔잔히 흐르는 낙동강과 저 멀리 안동시내가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산중턱에 학원이 있다.

 학원이라 보기에는 규모가 너무 크다.

 33만 여㎡(10만평) 부지에 푸른 잔디로 뒤덮인 드넓은 운동장, 체육관, 기숙사 등 편의시설을 모두 갖춘 김재규학원(원장 김재규)이다.

 

 


 이곳에서 경찰 공무원을 꿈꾸는 수험생 수백명이 기숙하며 공부한다.

 김재규 원장은 이제 막 서울본원에서 강의를 마치고 내려오는 길이라고 했다.

 "지난해 4월 처음 안동 땅을 밟아 봤어요. 입구에 들어서는데 서울 사대문과 같은 웅장한 건물에 '한국 정신문화의 수도 안동'이란 현판이 눈에 들어왔어요. 안동에 대한 이미지가 새롭게 각인되는 순간이었어요"

 CEO이자 강사인 김 원장은 당시 폐교가 결정된 건동대 부지를 경찰학원으로 사용할 수 있는지 살펴보기 위해 안동을 찾았다.

 건동대 부지를 둘러본 뒤 곧바로 임대를 결정했다.

 주변 환경이 꿈에 그리던 바로 그 곳이었다. 김 원장은 "이런 곳을 찾아 10년 넘게 전국을 돌아다녔다"고 했다.

 우선, 주위에 위해(危害) 시설이 전혀 없는 것이 맘에 쏙 들었다.

 수험생들이 공부에만 전념할 수 있는 최적지였다.

 덤으로 안동지역 곳곳에는 발길 닿는 데마다 우리나라 최고의 성리학자인 퇴계 이황선생의 정신과 전통이 묻어났다.

 퇴계 선생의 인(仁)·의(義)·예(禮)·지(智) 정신이 수험생들에게 자연스럽게 스며든다면 올바른 인성을 가진 공무원이 될 것이는 확신도 들었다.

 "그런데 막상 지인들이 모두 의아해 했어요. 시골에다 학원을 만들어 놓으면 누가 이 먼 곳까지 찾아오겠느냐고. 그렇지만 지난 1월 개원 했어요"

 김 원장은 이 학원을 우리나라 최고의 명소로 만들 자신이 있다.

 김 원장의 학원운영은 안동이 처음은 아니다.

 서울 대방동 본원은 상시 수강생만 1500명(기숙생 160명). 매일 들고나는 수험생까지 더하면 4000명 이상이다.

 광주분원도 수천 명의 수험생이 경찰시험을 준비중이다.

 매년 배출되는 순경의 20~30%가 이 학원출신이다.

안동 김재규 학원

 김 원장은 "어림잡아 우리나라 경찰 중 2만명이 우리학원 출신"이라며 웃는다.  

 안동학원 수험생이라면 반드시 지켜야 할 3금(三禁)이 있다.

 이곳에서 스마트폰과 컴퓨터는 절대 사용할 수 없다. 외출 외박도 없다. 이성교제도 생각할 수 없다.

 "요즘 세대들은 디지털 치매현상이 심각해요. 스마트폰이나 인터넷에 푹 빠져 생활해요. 저의 3금은 이것에서 벗어나 보자는 조그만 메아리입니다. 분명히 수험생들의 인성이 좋아질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수험생들의 의지도 대단하다. 김 원장이 고집하는 3금에 모두들 잘 따라준다.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수험생들은 모두 똑같은 색의 옷을 입고 생활한다. 오로지 시험공부와 체력단련에만 매달린다.

 한마디로 경찰시험에 합격해야 나갈 수 있다는 각오다.

 김 원장은 "부모들의 성화에서 비롯됐다면 수험생들이 오래 버티지 못했을 것"이라고 단언한다.

 매달 한번 있는 외박 때면 오히려 부모들이 수험생을 만나러 안동으로 온다.

 전역한 예비역 수험생 80여 명은 아예 주소지를 안동으로 옮겼다.

 예비군 훈련 받으러 가는 시간을 아끼기 위해서다.

 "도산서원에 가 보셨지요. 조선 선비들이 공부했던 방이 있어요. 서울 고시원의 쪽방과 흡사해요. 이런 곳에서 대단한 인재들과 엄청난 학문이 태동했어요. 거기에 비하면 저희 학원은 너무 호화스럽지요"

 김 원장은 앞으로 수험생들의 도사서원 방문을 학과 정규 코스로 삼을 계획이다.

 공무원이 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공복(公僕)으로서 갖춰야 할 '인성'이란 덕목도 결코 간과할 수 없기 때문이다.

 현재 안동분원의 기숙생은 250여 명 남짓. 앞으로 1000명까지 늘릴 계획이다.

 하지만 김 원장이 꿈꾸는 안동학원은 경찰 양성만이 아니다.

 일반공무원과 소방공무원까지 배출하는 종합 기숙학원을 구상중이다.

 특히 대안학교처럼 고등학교 때부터 공무원을 희망하는 학생들이 3년 동안 해당 교육과 기술은 물론 인성까지 체계적으로 준비하는 학원을 만들고 싶다.

 향후 광역 및 기초자치단체에서 할 수 없는 교육도 위탁받아 시행한다는 복안이다.

김재규 원장

 "학원가를 보면 모두 대동소이해요. 매뉴얼도, 과정도 같아요. 결국 경쟁에서 이기려고 스타강사에 의존해요. 그 비용은 학생들에게 전가되고, 어느 단계에 가면 학원이 망하는 악순환이에요"

 김재규 학원의 또 하나의 특징은 스타강사가 없다. 김 원장 자신이 스타강사다.

 김 원장은 강사들이 팀웍크를 이뤄 수험생들의 합격 때까지 책임지는 시스템을 더 선호한다.

 이렇게 여느 학원과는 다른 수험생 위주의 교육을 펴다보니 김 원장의 복장도 어느새 수험생들의 눈높이에 맞춰져 버렸다.

 캐쥬얼한 신발, 얇은 티셔츠에 콤비. 특별한 날 아니면 넥타이는 매지 않는다.

 강의실에 들어가면 강사 대 학생 신분이 아니다. 형님이며 오빠다.

 수험생들이 눈을 맞추며 귀 기울여 강의를 들어줄 때면 가슴이 벅차올라 눈시울이 뜨거울 때도 한두 번이 아니다.

 과거 김 원장 자신도 고시촌 쪽방에서 행정고시와 사법고시를 8년간 준비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연달아 낙방하면서도 또다시 수험공부에 매달려야만 했던 쓰라린 경험이 있기에 이들 수험생들을 가슴으로 가르친다.  

 반드시 합격시킬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해야겠다는 책임감이 그래서 더욱 크다.

 김 원장은 이러한 책임감 때문에 일반 수험생들에게도 여느 학원에서 볼 수 없는 회원제 방식을 도입해 가르친다.

 대학 입시학원 종합반처럼 수강생들을 하루 10시간 이상 잡아놓고 가르친다. 학교와 비슷한 구조다.

 과목별로 수강료를 받고 학생은 수업이 있는 시간에만 학원을 찾는 일반 학원들과는 판이하게 다르다.

 그러나 성과면에서는 아무래도 회원제보다는 기숙생이 능률적이다.

 "그동안 학원을 운영해 본 결과 기숙학원의 합격률이 일반 회원제보다 2배 이상 높아요. 공동생활을 하니 개인주의도 줄고 오히려 협동심과 공동체 의식이 커집니다"

 김 원장은 서울과 광주광역시, 안동 등을 오가며 학원운영을 살피고 강의하느라 요즘 하루가 너무 빠르다.

 동국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겸임교수도 맡고 있다.

 그러나 강의실에 들어서 수험생들의 얼굴을 보는 순간 피곤은 어느새 사라진다.

 김 원장은 "안동학원을 처음 구상만큼 키워 놓은 뒤 수도권에도 대형 기숙학원을 만들 계획"이라며 다음 강의를 위해 자리를 떳다.

 kjh9326@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