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헌 기자 hjh@imaeil.com]
19일 오후 대구 이월드 놀이기구 다리 절단 사고 현장에서 경찰과 국과수가 합동 감식을 하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아르바이트생 다리 절단 사고가 발생한 대구 이월드의 놀이기구 10개 중 7개는 설치한 지 20년이 넘었지만 그간 정기점검에 따른 유지보수만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따라서 이번 롤러코스터 사고는 낡은 놀이기구의 안전장치를 보완하지 않아 발생한 안전 불감증에 따른 인재라는 지적이 불거지고 있다.
이월드의 전체 놀이기구 29종을 확인한 결과, 20년 이상돼 연간 정기 안전성 검사 대상 인 놀이기구는 전체의 72%인 21종에 달했다. 이 가운데 안전성 확보가 중요해 반기별(연간 2회) 점검하는 기종만 15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월드 전신인 우방타워랜드 개장 당시(1995년 3월) 설치한 기구만 절반(14종·48.2%)에 이르렀다. 최근 사고가 발생한 '허리케인' 놀이기구 역시 개장 당시 설치된 기종이다. 관광진흥법 등에 따르면 설치 후 10년 이상돼 탑승객·직원을 해칠 수 있는 놀이기구는 연간 2차례씩 엄격히 점검해야 하는 대상이다.
그러나 한국기계전기전자시험연구원(KTC) 검사 항목 어디에도 놀이기구 내구연한이나 부품 교체주기 규정이 없을만큼 노후 놀이기구에 대한 관리는 허술하다. 특히 노후 놀이기구를 재판매해 활용하는 경우도 있는 등 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유원시설업계 한 관계자는 "워낙 고가 장비여서 단종된 기구의 부속품은 특별 제작을 의뢰하거나 비슷한 것으로 대체해 간신히 수명을 이어가는 경우가 많다"고 털어놨다.
이월드도 수년 전 노후 놀이기구 전면 수리·개선을 검토했다가 거액이 들 것으로 예상하자 그보다 신규 기종 도입에 좀 더 주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안전 전문가들은 노후한 놀이기구 관리 기준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김중진 대구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 공동대표는 "다수의 시민이 이용하는 놀이기구에 내구연한이 없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며 "설치 당시 놀이기구 안전기준이 적용돼 이후 안전장치를 강화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고, 노후화된 장비를 그대로 운영할 경우 오동작·고장·운행사고 위험도 높다"고 우려했다.
지난 16일 대구 이월드 직원 다리 절단 사고가 발생한 롤러코스터(허리케인) 놀이기구가 18일 '점검중' 안내문과 함께 운영이 중단됐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특히 20일 매일신문 취재 결과, 올해 초 이월드는 KTC 정기검사에서 검사 대상 29종 모두 사용 가능한 '적합' 판정을 받았으나 그 중 5종의 놀이기구에 대해서는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만약 '부적합' 판정을 받을 경우에는 3개월 내 재검사를 받아야 한다. 지적된 기종은 ▷카멜백(1995년 설치) ▷알라딘성(1996년) ▷제트레이스(1997년) ▷개구리점프(1997년) ▷뮤직익스프레스(1995년) 등으로 나타났다.
이들 기종은 각각 ▷직원 점검통로 발판 파손 ▷승객 통로 와이어 파손 ▷승객 탑승물과 기구 간 연결부위 녹 발생 ▷유압설비 기름샘 ▷기계실 부식 등이 지적됐다.
특히 카멜백과 알라딘성의 점검통로·와이어는 근무자와 이용객 안전을 해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달서구청은 "5개 기종이 지적된 것은 맞지만, 그 외 사실 관계는 수사 중인 사안이라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밝혔다.
이월드 측은 "문제에 대해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다. 최근 유병천 대표이사가 발표한 입장문처럼 시설 개선 등 대책을 마련해 조만간 적용할 방침"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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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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