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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시간 보고서] ④ 최초 제작 주6일 근무지도 ‘여기도 저기도 과로 사회’

카나메 마도카 2021. 11. 12. 17:01

④ 최초 제작 주6일 근무지도 ‘여기도 저기도 과로 사회’

2003년 개봉했던 <선생 김봉두>라는 영화에서 뇌물을 받고 강원도 오지로 쫓겨난 선생 김봉두(차승원)는 어떻게든 서울에서의 근무를 희망하며 시골 아이들에게 "서울, 서울, 서울" 노래를 부르며 세뇌를 시킨다.

지금도 많은 이들이 원하는 근무지는 여전히 '서울'이다. 공무원뿐 아니라 아르바이트생들이 원하는 근무지에 대한 설문조사에서도 '서울'은 변함없는 1위다. 왜 그럴까 물었더니 서울의 근무 여건이 다른 곳보다 낫다고 여겨서다. 과연 그럴까.

KBS 데이터저널리즘팀이 지난 1월부터 넉 달 간 서울시 일자리 포털에 올라온 구인공고 13만여 건 가운데 근무지 위치가 명시된 9만여 일자리의 정보를 분석해봤다. 서울, 경기도, 인천 등 수도권만 놓고 봤을 때, 지역별로 주5일, 주6일 근무조건의 차이가 있는지, 직종별 차이가 있는지 확인한 결과, 흥미로운 결과가 나왔다.

이곳은 절반 가까이가 주6일·토요 격주 근무?


서울, 인천, 경기도의 각 시군구별 구인공고를 직종별로 분석한 결과, 주5일 근무는 상대적으로 서울을 비롯한 서쪽, 경기 서부에 주로 위치해 있고, 주6일·토요 격주 근무는 상대적으로 수도권의 동쪽, 즉 경기 북부와 경기 동부에서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경기도 가평 45.6%, 여주시 43.2%, 연천군 42.5%로 수도권 동쪽과 북쪽 일자리 공고는 절반 가까이가 주6일 근무·토요 격주 근무를 해야 해 근로시간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근로 강도가 높은 교대근무 일자리는 수도권 곳곳에 분포돼 있다. 인천광역시 중구의 경우 일자리 공고의 27.8%가 교대근무였고, 경기도 동두천시 18%, 서울시 강서구 15.7%,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15.4% 등 동서남북 곳곳에 교대근무가 분포된 것으로 나타났다.

주6일·토요 격주 근무 비율 높은 곳? ‘경기>인천>서울’

주6일 근무를 조건으로 채용공고를 낸 업체들을 광역시로 보면, 주6일 근무·토요 격주 근로조건은 경기 31.0%, 인천 30.1%, 서울 26.4% 순으로 경기도와 인천이 비슷하고, 서울이 상대적으로 적은 것으로 나타난다.

실제로 각 지역에서 주 6일이나 토요 격주 조건이 많은 순서를 꼽아보면 경기도 가평군(45.6%), 여주시(43.2%), 연천군(42.5%), 하남시(41.7%), 구리시(41.1%), 안산시 상록구, 경기도 포천시, 경기도 양주시 순서다. 이들 지역에서 비중이 높은 일자리는 무엇일까.

경기도 연천, 구리와 안산시 상록구에서는 간병인, 간호조무사 등 보건 직종 일자리의 비중이 확연히 높았다. 경기도 여주와 포천, 양주시에서는 가구제조, 목재 가공, 인쇄 등 생산단순직인 환경 관련 직종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도 가평군은 특이하게 음식과 경비 관련 직종의 비중이 높아, 다른 기초단체와 다른 형태다.

지역별 근로조건 차이 있다, 없다?

같은 직종이라도 지역별 근로조건의 차이가 존재하는 것일까, 아니면 직종별 차이일까. KBS 데이터저널리즘팀 분석결과, 지역별 근로조건 차이가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직종이라도 지역별로 근무조건은 확연히 달랐다.


경기도 양주에서 일하는 건설 직종의 경우 주6일·토요 격주 근무는 87.5%로 상당히 높다. 그러나 같은 직종이라도 경기도 화성에서는 59.8%, 서울 강남에서는 15%가 주6일·토요 격주 근무로 공고가 돼 있다. 지역별로 근로조건의 편차가 상당한 셈이다.

음식업도 비슷하다. 관광 수요가 많은 경기도 가평군에서 일하는 음식 직종의 근무조건은 주6일 근무가 73.3%다. 그러나 비슷한 이유로 음식업이 밀집한 서울시 중구의 경우 주6일·토요격주 근무가 49.1%. 교대근무가 9.7%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외에도 목재 등을 가공하는 환경직종, 섬유직종, 보건직종에서도 일자리가 어딘지에 따라 근무조건에 차이가 있었다.

서울 곳곳 포진한 초과 근로, 74%가 주6일·토요 격주·교대 근무

KBS 데이터저널리즘팀이 분석한 서울시 일자리 포털 구인공고 9만여 건에서 명시된 근무지는 서울시가 4만 3천여 건, 경기도가 4만 4천여 건, 인천시는 8천여 건으로 집계됐다.

서울 근무로 모집하는 일자리 중 절반 가량이 경비원과 청소원의 경비직종과 간병인, 간호조무사 등 보건직종이다. 이들 경비직종과 보건직종은 서울 강북구와 성북구를 비롯해 강서구, 강남구 등 곳곳에 포진해있다.


그러나 근무지가 서울일 뿐, 경비직종의 근무여건은 주6일과 토요 격주 근무가 40%, 교대 근무는 34%다. 일자리 가운데 74%가 퐁당퐁당 근무를 서거나 한 달에 2번 정도만 토요일에 쉴 수 있다. 서울시 전체 직종의 26.4%가 주6일이나 토요 격주, 11.7%가 교대 근무인 것과 비교하면 명백히 과로다.

보건의료직종의 근로조건은 상대적으로 나은 편이다. 주6일과 토요격주 근무가 14.3%, 교대근무는 5.2%로 서울시 전체직종의 평균보다 근로시간이 적은 것으로 나타난다. 다만, 간호조무사와 간병인만 따로 분석할 경우는 근로여건이 훨씬 열악해진다.

경기도, 인천 공단 “열에 넷은 주6일+토요 격주 근무”


기계, 재료, 화학 직종으로, 금형이나 금속가공, 부품조립, 기계조작, 석유 및 고무, 플라스틱 등 화학 가공물을 생산하는 이른바 공장 근로자의 경우 서울에서는 관련 일자리를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안산 반월 공단, 경기도 시흥과 화성의 시화공단으로 이전된 공단 일자리들은 지도에서 보이듯, 서울을 둘러싸고 주로 수도권 서쪽에 밀집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채용공고에서 드러난 공단 밀집 직종들은 열에 넷 가량이 주6일·토요격주근무를 하는 조건이다. 아니면 교대근로 형태다. 경기도 부천 원미구의 경우 기계 직종의 49%가 주6일·토요 격주 근무 조건이었다. 인천 서구에서 재료업에 종사하는 근로자들의 주6일·토요 격주 근무 비율은 38.4%, 교대는 4%로 역시 열에 넷 이상이 초과 근로에 시달리고 있었다.

어디서 일하든, 어떤 직종이든 피할 수 없는 ‘과로의 덫’

2004년 처음으로 주5일제 시행된 뒤 13년이 흘렀다. 하지만 수도권에서 조차 주5일제를 조건으로 100% 채용공고가 나가는 기초단체는 서울, 경기, 인천의 기초단체 79곳 가운데 단 한 곳도 없다. 79곳 가운데 40곳은 오히려 채용공고 상 절반 이상이 주6일이나 토요격주근무, 교대 근무 등을 해야 한다는 조건을 내세우고 있다.

건설업이든 경비업이든 직종의 차이는 있지만 서울과 수도권 전역에 주6일·토요격주 근무는 퍼져 있다. 같은 직종이라도 경기와 인천이 서울보다 주6일·토요격주 근무 형태가 많다. 경비원이나 청소직종 등 교대근무가 높은 직종은 서울에서 더 과도한 근로 조건이다.

지도를 찬찬히 보면, 어떤 직종을 택하든, 어떤 지역을 택하든 일자리를 구하려는 이들에게는 여기도 저기도 모두 과로하고 있는 사회다.